제 746 호 콜포비아, 세대 간 소통의 벽?
콜포비아, 세대 간 소통의 벽?
전화가 오면 시간을 끌거나 받지 않고, 어쩔 수 없는 전화 통화 시에는 심장이 빠르게 뛰고, 식은땀이 난다. 전화 통화 시 긴장, 불안, 두려움 등을 느끼는 ‘콜포비아(call phobia, 전화 공포증)’의 증상들이다. 일상적인 소통은 물론 업무인 상황에서도 전화 통화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화 오면 심장이 덜컥’ 콜포비아
문자 메시지나 SNS, 메신저 앱 등 비대면 소통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전화 통화를 불편해하는 콜 포비아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콜포비아 증상을 겪는 Z세대는 2022년 30.0%에서 2024년 40.8%로 2년 만에 10.8%p가량 증가했다. 통화를 기피하는 주된 이유는 통화 시 생각을 정리할 여유 없이 즉시 대답을 해야 한다는 점과 문자, 메시지 등의 비대면 소통이 더 편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늘어나는 청년 콜 포비아. (사진: 알바천국 https://m.alba.co.kr/story/MediaReportView.asp?page=2&idx=3285 )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이 Z세대 765명을 대상으로 ‘소통 방식’과 관련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5명 중 2명(40.8%) 정도가 콜 포비아 증상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SNS, 메시지 앱 등의 ‘텍스트 소통’을 선호하는 비중은 2022년 59.3%, 2023년 69.9%, 2024년 73.9%로 꾸준히 상승하는 반면 ‘전화 소통’을 선호하는 비중은 19.9%, 14.3%, 11.4% 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콜포비아, 연령대별 생각은?
콜포비아는 보통 저연령층에게 많이 보이는 공포증이다. 이는 세대 간 소통방식에 있어 갈등이 생기는 원인 중 하나이다.콜포비아에 대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10대에서 60대까지 직접 인터뷰해 보았다.
다음은 10대, 20대, 30대의 인터뷰 내용이다.
Q: 전화와 문자 중 무엇이 더 편한가? 콜포비아가 불편함을 유발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나?
이00(16세,남,고등학생): “문자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아요. 친구들이랑은 카톡이나 디엠으로 많이 대화하고, 선생님한테도 문자로 질문하는 게 편해요. 특히, 어른들한테 전화가 오면 나도 모르게 긴장되는데 그게 힘든 것 같아요.”
임00(21세,여,대학생): “문자가 더 편해요. 전화가 오면 말실수를 할까봐 걱정될 때가 많아요. 그래서 빠르게 연락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전화를 못하는 제 스스로가 답답한 것 같아요.”
김00(32세,여,직장인): “둘 중 굳이 비교하자면 문자가 편하긴 하죠. 저는 전화에 대한 거부감이 그렇게 심하지는 않아요. 근데 주변 친구들을 보면 직장에서 전화를 해야할 때 힘들어하는 경우가 꽤 있더라고요. 어떤 친구는 전화하기 전에 멘트를 먼저 적어놓는다고도 했어요.”
Q: 콜포비아가 기성세대와의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00: “문제가 되기는 하겠죠. 기성세대의 전화에 답을 하지 않으면 예의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으니까요. 근데 본인의 공포증일 뿐인데 이게 갈등을 일으킨다고 생각하면 전화 받기가 더 두려워지는 것 같아요.”
임00: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긴 해요. 콜포비아를 가진 나 조차도 제가 딥답한데 어른들은 얼마나 이해가 안 되겠어요. 아직 저는 대학생이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아 큰 문제는 없었는데 직장에서도 콜포비아가 이어진다면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김00: “갈등의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는 해요. 업무상 전화가 필수일 때가 많은데 대화가 문자로 이어지면 서로 내용의 오해가 생길 경우가 있거든요. 일단 저부터도 후배가 문자로만 대화를 하면 힘들 것 같기는 해요.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 모두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요.”
Q: 콜포비아를 고쳐나갈 생각이 있는가?
이00: “저로 인해 문제가 생긴다면 당연히 고쳐야죠. 제가 갈등의 원인이 되는 건 싫거든요. 근데 이게 마음대로 고쳐지는 게 아니라서 많은 노력을 해야할 것 같아요.
임00: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기성세대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나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를 고쳐 나가는 게 가장 빠르고 현명한 방법이니까요. 그런데 이건 누구 하나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기성세대도 이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 젊은 세대도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김00: “저는 콜포비아가 있지는 않아서 친구한테 물어봤거든요. 고치고 있는 중이래요. 어쩔 수 없이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적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상대가 배려해주지 않는 이상 콜포비아를 가진 당사자가 고치기는 해야죠.”
다음은 기성세대인 40대, 50대, 60대의 인터뷰 내용이다.
Q: 문자, 메시지를 통한 연락과 전화 통화 중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김00 (45세, 남, 직장인): “전화가 중요하죠. 내용보다도 말투가 중요하니까요. 그렇지만 좀 귀찮아서 메시지를 선호하기는 합니다.”
이00 (56세, 남, 직장인): “문자나 메신저는 정리된 정보 공유에는 좋지만, 오해가 생길 수도 있어서 중요한 일은 직접 통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00 (62세, 남, 직장인): “급한 일은 전화로 바로 해결하는 게 효율적이라 전화 통화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문자나 메신저는 보낸다고 해서 바로 확인하는 게 아니니까 신속성이 떨어지죠.”
Q: 젊은 세대의 전화 회피에 대응해 어떤 방법으로 소통하고 있나?
김00: “업무중에는 이메일이나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이00: “사내 메신저를 많이 이용하고 있어요. 중요한 사안은 전화 통화로 재차 확인을 합니다.”
이00: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메신저나 이메일을 활용하되, 아예 대면으로 소통을 하기도 합니다.”
Q: 젊은 세대의 콜포비아를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보는가, 아니면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생각하는가?
김00: “해결하면 좋겠죠. 저보다 더 나이 많으신 분들은 전화를 더 익숙해하시니까요. “
이00: “어느 정도는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바뀐 거겠죠. 하지만 업무에서 중요한 순간에는 직접적인 소통이 필요하기 때문에 되도록 개개인이 증상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00: “직업군에 따라 고객 응대나 거래처 연락을 위해서는 전화가 필수적인데, 젊은 사람들이 전화를 꺼리는 걸 보면 걱정이 됩니다. 변화로 볼 순 있지만 해결은 해야죠.”
세대 간 갈등인가, 차이인가
인터뷰 결과를 종합해보면, 콜포비아는 세대 간 갈등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 갈등의 양상은 단순히 “젊은 세대가 전화를 싫어한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세대별로 전화라는 소통 수단에 대해 갖는 인식이 다르고, 이러한 차이가 특정한 상황에서 오해나 불편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차이를 단순한 세대 차이로 인식해도 되는지, 아니면 심각한 문제로 생각해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업무 현장에서 상사가 젊은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거나, 젊은 직원이 문자로만 답하면 “요즘 사람들은 왜 예의가 없냐”라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 반대로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의 안부를 묻기 위해 자주 전화를 한다면 자녀는 “문자로 할 수 있는 것을 왜 전화로 하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차이를 단순히 갈등으로만 볼 수는 없다. 세대 간 소통 방식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전화만으로 소통해야 했던 과거를 지나 지금은 연락할 방법이 너무나 다양해졌다. 현재의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는 또 다른 소통 방식을 요구할 수도 있다.
콜포비아, 소통방식에대한이해필요
콜포비아가 단순히 개인적 성향이라면 문제 삼을 이유가 없겠지만, 본인이 소속한 단체에서 오해와 불편을 초래한다면 일정 부분 해결책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인터뷰를 한 사람들은 콜포비아 증상이 타인에게 눈치가 보이거나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 부분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콜포비아는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콜포비아를 겪는 젊은 세대들은 전화를 무조건 피하기보다는 필요할 때는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공적인 자리에서는 전화가 필수적인 소통 수단이 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 전화 통화가 부담스럽다면 미리 대화의 흐름을 예상하고 연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반대로 중장년층 역시 젊은 세대의 소통 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소통 방식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간단한 요청은 메신저를 활용하고, 긴급한 사안일 경우에 전화로 소통하는 방식도 있다.
결국, 콜포비아를 해결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일방적인 강요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세대가 소통 방식의 차이를 이해하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세대 간 갈등이 아니라, 변화하는 소통 문화의 한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콜포비아는 단순히 특정 세대의 특성이라기보다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소통 방식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세대 간 소통 방식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일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이 더 맞는가’가 아니라 ‘어떤 방식이 상황에 맞게 더 효과적인가’를 고민하는 태도일 것이다. 어떻게 하면 더 원활하고 의미 있는 소통을 이어갈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서로의 방식에 대한 이해와 존중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은탁 기자, 이윤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