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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39 호 제 739호 [영화로 세상 보기] 사람만큼 변하는 것은 없다지만

  • 작성일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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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47
김지연

사람만큼 변하는 것은 없다지만

영화 <룩백(2024)>을 보고


▲ <룩백(2024)> 포스터 (사진: http://m.cine21.com/movie/photo/?movie_id=61664&img_id=448548)


사람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사람과의 관계 또한 수없이 변화한다. 어제의 친구가 어제의 적이 될 수도 있고, 어제의 적이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된다면, 아끼던 친구가 내일은 나와 아무것도 아닌 사이가 된다면. 자꾸만 변하는 사람에게, 타인에게 마음과 인생의 일부를 건네주는 것은 위험하다. 그래서 다사다난했던 고등학교 생활을 마치고 다짐했다. 타인에게 의지하지 말 것. 타인을 믿지 말 것. 타인과 적당히 거리를 유지할 것. 다시는 타인에게 인생의 일부를 건네주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러한 내 생각을 영화 <룩백(2024)>은 따스하게 껴안아 뒤집어 놓았다.


영화 <룩백(2024)>은 주인공 후지노가 자신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쿄모토를 만나며 시작된다. 후지노는 쿄모토를 뛰어넘기 위해 2년 동안 피나는 연습을 하지만, 여전히 자신보다 잘 그리는 쿄모토를 보고 만화 그리기를 그만둔다. 시간이 지나 졸업식 날, 후지노는 담임 선생님의 부탁으로 졸업증서를 전해주러 쿄모토의 집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후지노의 오랜 팬이었다며 싸인을 부탁하는 쿄모토를 만나게 된다. 이후 친해진 둘은 함께 만화를 그리기로 한다. 시간이 지나 쿄모토가 만화를 그만두고 미대를 가게 되면서 둘은 다투고 후지노 혼자 만화를 그리게 된다. 그러던 중 괴한의 습격으로 쿄모토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후지노는 또다시 만화 그리기를 그만둔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쿄모토의 집을 방문해서 자신이 싸인을 해줬던 쿄모토의 옷을 보며 후지노는 어린 시절 만화 그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던 자신을 떠올린다. "사실 만화 말인데... 나, 그리는 건 전혀 좋아하지 않아. 하나도 안 즐겁고, 귀찮기만 하고. 음침해 보이잖아. 하루 종일 그림을 그려도 완성되질 않는다고. 만화는 그냥 읽기만 하는 게 나아. 직접 그릴 게 못돼." 그러자 쿄모토가 묻는다. "그럼, 후지노 넌 왜 만화를 그려?" 그 말에 후지노는 그동안 함께 만화를 그리던 쿄모토 미소, 자신의 만화를 보며 환하게 웃어주던 그 미소를 떠올린다. 쿄모토는 다시 만화를 그리기로 마음을 먹는다.


사람만큼 변하는 것은 없다지만 그럼에도 영화 <룩백(2024)>은 감히 말한다. 사람은 사람을 일으킨다고, 사람을 다시 살아가게 하는 것은 사람이라고. 인생의 일부를 타인과 함께 공유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타인에게 내 인생의 일부를 건넸다면, 그 일부는 언젠가 후에 내가 무너졌을 때 구원이 되어 돌아온다. 후지노가 만화를 그만두고 무너졌을 때 쿄모토의 응원과 미소를 떠올리며 만화를 다시 시작한 것처럼 말이다.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