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27 호 [순간포착] 촛불 속 우리의 시간
[순간포착] 촛불 속 우리의 시간 어느덧 2023년의 해도 거의 저물어가고 날씨도 제법 겨울 날씨가 되어 패딩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만연해졌다. 이렇게 보면 겨울이 왔다는 것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유난히도 더웠던 올 여름을 뒤로 하고 이제는 한 해의 마무리를 하며 그동안의 일을 정리하고 다음 해의 준비를 할 시기이다. 열심히 준비했던 과정 속에서 예상대로 흘러가 좋은 성과를 내면 좋겠지만 그러하지 않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고작 20대의 세월에 불과하며 앞으로의 남은 시간이 훨씬 더 많기에 남은 여생 동안 이룰 수 있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직 다 끝나지 않은 이 시점에서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노력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올해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나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나 자신과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는 가족이 될 수도 있고 두터운 우정을 지닌 친구, 사랑하는 연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보통 우리는 곁에 있는 이들을 당연한 존재로 여기고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거나 사랑한다는 표현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항상 내 곁에서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한 명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실은 그 사람 자체로 너무나 소중한 존재이다. 이번 연말에는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 추운 겨울날에도 꺼지지 않는 촛불처럼 따뜻함을 선사해주는 그에게 ‘사랑한다’ 한마디를 건네 보는 학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올해를 끝으로 양쪽 어깨로도 부족했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하염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학우들에게 칭찬의 박수를 보내며 그동안 달려왔던 길이 험난했던 것을 알기에 성과의 유무를 떠나 그저 잘했다며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다. 양시원 기자
제 727 호 [교수사설] 긍정적인 정동적 만남을 위해
[교수사설] 긍정적인 정동적 만남을 위해 의학사의 거장인 앤드류 스컬의 저서 ‘광기와 문명’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정신건강은 성서에 기록될 정도로 인류사에서 긴 시간 다뤄졌었다. 그렇지만 1900년도 중엽까지도 정신건강에 대처하는 방식은 ‘언덕 위의 하얀집’이라는 표현과 같이 도시에서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철저하게 환자를 고립하게 만드는 형태였다. 그리고 정신건강에 취약한 이들의 인권유린은 빈번했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그들이 다시 복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2차세계대전 이후 전복되었다. 왜냐하면 전쟁신경증(shell shock)을 앓고 있는 이들뿐만 아니라, 전통적 가치관에 노골적으로 저항감을 드러낸 여성, 외국인, 사회적 약자 등을 모두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간주해 정신질환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대규모의 배제와 격리가 더 이상 어려워지고, 영국의 정신의학자들을 중심으로 전기충격, 전두엽절제술, 신약투여 등과 같은 인습에 저항하는 ‘반정신의학운동’이 확산하면서 제3의 방식으로 정신 문제를 다루는 방법이 시도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인 로널드 데이비드 랭은 ‘난리법석공간(rumpus space)’이라고 불리는 실험적 치료 환경을 제공했다. 여기에서는 환자와 의료진의 경계가 없었으며, 민주적인 정신을 바탕으로 자유로우면서도 평등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공간은 조현병 환자에게 특히 효율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그들에게 있어 최선의 치료법은 진정한 존중과 소통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용된 이들은 후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했으며, 난리법석공간의 존속을 위해 경제활동에 적극성을 보이기도 했다. 흥미로운 현상은 실험적으로 약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유지했던 이 공간이 사라진 후, 그간 수용되었던 대다수가 다시 정신적 문제를 일으켜 이곳에 다시 돌아오길 희망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난리법석공간의 지리적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긍정적인 정동(情動)적 만남’일 것이다. 사실 정동은 낯선 표현인데, 희로애락과 같이 일시적이면서도 급격히 일어나는 심리적 상태를 뜻한다. 단지, 정동은 느낌, 정서, 감정 등과 같이 개인의 내부에서 휘몰아치는 어떤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마음, 있는 그대로 수용, 진정한 허락 등은 긍정적인 정동적 만남을, 일정한 잣대에 따른 평가, 엄격함, 편견과 거부 등은 부정적인 정동적 만남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정동은 심리적이며, 정서적인 특징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신체화(somatization)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러한 이유에서 부정적인 정동적 만남은 알 수 없는 신체적 고통(예: 신경계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현재 우리들은 삶은 어떨까. 안타깝지만 부정적인 정동적 만남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전하는 세상 소식만 봐도 그렇다. 경쟁적 관계, 경제위기에 따른 긴장, 적응하기 어려운 변화 등의 사회적 분위기는 깊은 곳에 숨어있는 불안과 긴장을 자극한다. 이뿐일까. 일상생활에서, 특히 매일의 삶이 펼쳐지는 캠퍼스 곳곳에서 느껴지는 무관심, 차가운 시선, 예의 없는 언행, 내로남불식의 이기심 등은 마음을 닫게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저 무방비 상태로 살아가야만 할까? 랭의 난리법석공간을 뛰어넘어 우리의 생활을 치유의 장(場)으로 만들 방법은 없을까? 굳이 종교적 교훈인 불교의 무재칠시(無財七施)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따뜻한 미소, 반가운 인사, 다정한 말씨, 타인에 대한 이해와 동정 등은 긍정적인 정동적 만남을 만들 수 있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산이다. 사실 타인을 대하는 모습은 나 자신을 향한 태도이다. 타인을 향한 친절함은 높은 자존감을, 불손함은 낮은 자존감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인 것이다. 또한 타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뇌의 편도체에 영향을 끼쳐 공포 혹은 불안정 등의 감정을 증폭시킨다. 더 나아가 이러한 현상은 내가 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사실들은 이미 뇌과학에서 밝힌 진실이며, 결국 우리는 일종의 거울효과 속에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당장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긍정적인 동정적 만남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의미에서 2024년은 긍정적인 정동적 만남을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해보길 제안하고 싶다. 한층 더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보듬는 환경에서 나와 남이 경계가 없음을 알아가는 과정 말이다. 그것이야말로 결국 모두가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최고의 방법은 아닐지 싶다. 공간환경학부 박수경 교수
제 726 호 [순간포착] 빛나는 인생이 되기를
[순간포착] 빛나는 인생이 되기를 우리의 인생에는 수많은 고난과 시련이 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인생에서 언제나 성공과 행복만을 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흔히들 “꽃길만 걷자”라는 문구를 이용해 그 사람의 인생과 길을 응원한다. 실은 이 또한 응원과 축복의 메시지에 불과하며 항상 꽃길만을 걸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잘 알고 있기에 우리는 매사에 신중한 판단을 내리고 두 번, 세 번 곱씹어보며 정확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더욱 노력하는 것이다. 유성은 빛을 내면서 떨어지는 천체를 말한다. 우리 눈에는 항상 떨어지는 모습만 보인다. 그렇기에 추락, 몰락, 패배 등의 좋지 않은 이미지로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성은 떨어지는 모습만이 전부가 아닌 밝게 빛을 내며 먼 곳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하는 면도 있다. 또한 지표면까지 타지 않고 도달하면 운석이 되어 문화재로 전시가 되거나 가공하여 값비싼 보석만큼의 가치로 재탄생되기도 한다. 유성은 표면적으로 우리에게 떨어지는 모습만을 보이지만 그 과정을 보자면, 우주를 맴돌던 밝게 빛나던 천체가 지구 사이를 지나치면서 그 궤적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아름다운 빛줄기로 우리의 눈에 잠시 모습을 비추다 홀연히 모습을 감춘다. 밝게 빛나는 시작이 있었기에 떨어지는 모습도 아름다운 광경을 선사하며 시작과 끝으로 가는 과정 전부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떨어지고 넘어지고 지칠 수도 있는 과정 속에서 담담히 일어나는 법을 배우며 그 떨어지는 모습조차도 아름다운 광경으로 만들어내는 인생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비록 그 시작이 유성처럼 밝진 않더라도 지나치는 모습과 숨을 다하는 순간까지의 과정은 충분히 아름다운 빛줄기로 남을 수 있다. 지금의 나와 먼 미래의 나까지 모두 유성처럼 밝게 빛나는 모습으로 남아있는 학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시원 기자
제 726 호 [만평] 집중!
[만평] 집중! 김다엘 기자
제 726 호 [영화로 세상보기] 뮤지컬 영화가 주는 여운,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로 세상보기] 뮤지컬 영화가 주는 여운, <인생은 아름다워> ▲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2022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류승룡, 염정아 주연의 한국 뮤지컬 영화이다. 2022년 9월 28일 개봉하여 노란 은행잎과 빨간 단풍잎이 연상되는 가을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평생을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엄마 세연이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되는 가슴 아픈 이야기로 영화는 시작한다. 잘 챙겨주고 싶은 세연의 속마음은 아무도 몰라주고 무뚝뚝한 남편 진봉은 모든 짜증을 세연에게 내고, 고3 아들과 중학생 딸은 엄마에게 투정과 짜증을 부린다. 현대 사회에 너무나도 익숙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생활을 벗어나 떠나고 싶은 세연은 남은 날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살면서 하고 싶었던 버킷 리스트를 하나씩 이루고자 한다. 세연의 가장 이루고 싶었던 버킷 리스트는 첫사랑을 다시 찾는 것인데, 아내가 시한부라는 것을 알게 된 진봉은 아내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어 주기 위해 첫사랑을 함께 찾으러 간다. 전반적인 내용은 세연의 첫사랑을 찾는 것이지만, 그 사이에서 자식과 부모와의 관계, 남편 진봉과 아내 세연이 사랑한 옛날 모습도 보여주며 관객들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또한 한국인의 감성을 저격한 옛 음악과 아름다운 장면의 조화는 영화를 더욱 몰입해 볼 수 있게 한다. ‘인생은 아름다워’에 등장하는 음악으로는 김광진의 편지,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등 익숙한 노래여서 가사를 더욱 곱씹어 보게 하고, 영화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 노래를 따로 듣게 되어도 영화 속 한 장면이 연상되곤 한다. 특히나 요즘 같은 가을, 겨울 계절에 이 영화의 OST인 하현상의 ‘Deep In Your Eyes’를 들으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특히나 우리와 나이대가 비슷한 자식의 입장에서 영화를 바라보는 경우, 가족의 시한부 판정을 알게 된 후 느끼는 감정과 느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뮤지컬 영화라 대사 중 갑작스레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이 나와 어색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뮤지컬 영화라서 주는 여운과 감동이 있기에 다가오는 연말에 꼭 한 번 보기를 추천한다. 그저 슬픈 영화가 아니라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하고 부모님의 희생과 헌신, 삶과 죽음이 있기에 느낄 수 있는 모든 순간의 소중함 등 여러 교훈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정달희 기자
제 726 호 [뮤지컬로 세상보기] 한 여성 예술가의 삶을 담다, <프리다>
[뮤지컬로 세상보기] 한 여성 예술가의 삶을 담다, <프리다> ▲ 뮤지컬 <프리다> 올해 8월부터 10월 15일까지, 약 두 달 반 동안 국내 뮤지컬 제작사인 ‘EMK’의 네 번째 창작 뮤지컬인 <프리다>가 다시 한번 막을 올렸다. 뮤지컬 <프리다>는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여성 화가인 ‘프리다 칼로’의 생을 녹여낸 작품으로, 일반적인 뮤지컬의 형식과는 다르게 ‘last night show’라는 테마를 갖고 토크 쇼의 리허설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극이 전개된다. 쇼 자체가 그녀의 인생이고, 리허설하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오케스트라가 아닌 밴드가 음악을 연주하고, 배우는 오직 여배우 4명이 한 무대에 오른다는 것 역시 다른 뮤지컬들과 차별화된 특징이다. 작년에 본 극이 초연으로 막을 올렸을 당시엔 큰 관심을 얻지 못했으나, 점차 회차가 거듭되고 입소문을 타가며 마지막 공연에 가까워질수록 회전문 관객(한 극을 여러 차례 보는 관객)들도 늘어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던 만큼 올해 1년 만에 돌아온다는 소식에 많은 뮤지컬 팬이 기뻐했다. 극의 주인공인 ‘프리다’ 외에 등장하는 세 명의 인물은 각각 ‘레플레하’, ‘데스티노’, ‘메모리아’이다. 우선 ‘레플레하’는 프리다와 함께 토크 쇼를 진행해 주는 인물로, 토크 쇼 중 프리다의 인생을 나타내는 데 있어선 프리다의 남편인 ‘디에고’의 역할도 같이 소화하는 감초 같은 역할이다. ‘데스티노’는 이름부터 운명이라는 영어단어인 데스티니와 비슷하듯, 프리다에게 여러 운명과 선택의 기회를 던져준다. 삶이 괴로운 그녀에게 차라리 죽는 게 더 편하지 않겠냐며 죽음을 제안하고 가혹하리만치 뼈아픈 현실을 직시하도록 하는 역할이다. 마지막으로 ‘메모리아'는 고통으로 가득했던 프리다의 삶에 희망을 준, 그녀가 본 ‘평행우주의 완벽한 또 다른 프리다'의 역할이다. 그녀가 좌절하거나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설 때면 나타나 프리다에게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메모리아의 역할이다. 2022년에는 ‘프리다’ 역에 최정원, 김소향 배우님이, ‘레플레하' 역에 전수미, 리사 배우님이, ‘데스티노’ 역에 정영아, 임정희 배우님이, ‘메모리아' 역에 최서연, 허혜진, 황우림 배우님이 캐스팅되어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올해는 작년에 함께한 김소향, 전수미, 리사, 정영아, 임정희, 최서연, 허혜진, 황우림 배우님뿐만 아니라 ‘프리다' 역에 알리, 김히어라 배우님, ‘레플레하'와 ‘데스티노', ‘메모리아' 역에 각각 스테파니, 이아름솔, 박시인 배우님이 합류하여 더 알차고 색다른 분위기의 무대를 즐길 수 있었다. ▲ 2023 뮤지컬 ‘프리다’ 캐스팅 (출처: EMK 뮤지컬컴퍼니) 프리다의 생애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고통'이 아닐까? 프리다의 삶에는 세 번의 큰 고통이 있었다. 첫 번째 고통은 6세라는 어린 나이에 소아마비를 앓아 일찍이 다리의 성장이 멈춘 것이다. 또래 친구들이 곧 세상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어린 시절, 모두가 그녀를 ‘나무다리'라며 멀리했다. 프리다는 유난히 짧은 다리를 최대한 숨기기 위해 긴 부츠를 신기도 해보았지만, 사계절 내내 날씨가 후덥지근한 멕시코에서는 되레 이상해보일 뿐이었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그녀에게도 10대는 찾아왔고, 첫사랑도 생겼다. 그 당시의 여자아이가 롤러스케이트를 타거나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프리다는 사진가셨던 아버지의 열린 사고방식으로 해볼 수 있었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대학에 진학해 만난 첫사랑인 ‘알레한드로 고메스 아리아스’와 함께 미래를 꿈꾸던 어느 날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집어 놓을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아리아스와 함께 귀가하던 도중, 타고 있던 버스에 큰 사고가 난 것이 그녀의 두 번째 큰 고통이다. 온몸의 뼈가 바스러지고 피범벅이 돼 의사조차도 장담할 수 없던 대수술이었음에도 그녀는 무언가 세상에 남아 큰 할 일이라도 남은 듯 목숨을 부지했다. 수술을 마치고 그녀가 자의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그녀의 ‘오른손’ 뿐이었다. 프리다의 아버지는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던 그녀에게 천장에 거울을 달아주었고, 오른손으로 그림을 그려보라며 제안해 주셨다. 아버지를 따라 종종 사진에 색을 입히는 작업만 해오던 그녀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큰 위기가 찾아왔음에도 그녀는 사고 후유증으로 차게 된 코르셋과 지게 된 목발을, 갑옷과 검처럼 살겠다며 당당하고 굳세게 ‘코르셋’이라는 넘버(뮤지컬의 노래를 칭하는 용어)를 부르며 불굴의 의지를 보여준다. 그 후로도 수차례에 걸친 대수술을 받고, 꾸준히 그림을 그리던 그녀는 병원비를 부담하느라 집안 세간살이를 전부 파신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인 ‘그림'을 생업으로 삼아도 될지 고민이 돼 멕시코의 국민화가인 ‘디에고 리베라’를 찾아가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기로 한다. 디에고 리베라와 그녀는 많은 부분이 비슷했다. 넘버 중 하나인 ‘허밍버드'에서 묘사되듯 계급을 싫어하고 인간의 평등을 믿으며, 원주민의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찬양한다는 점이 특히나 그랬다. 디에고의 사상과 그림은 곧 프리다가 꾸던 꿈이기에 그녀에게 그는 선망의 대상이었고, 디에고 역시 프리다의 강인함과 열정에 매료돼 이성으로서 관심 두게 되었다. 당시 디에고는 비록 두 번이나 이혼을 한 남자였고, 프리다보다 21살이나 많았지만 머지않아 프리다와 결혼하게 된다. 그렇게 이제는 행복만 남은 줄 알았던 그녀의 삶은, 한 번의 유산으로 살짝 기울게 되고, 바람기가 다분했던 디에고가 프리다의 여동생을 사랑하게 되며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의 소외와 믿었던 사람으로부터의 배신이라는 세 번째 고통을 겪게 된다. 이처럼 차마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모두 겪은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이여 만세!’를 외치는 인물이다. 극의 줄거리는 그저 프리다의 생애이지만, 고통에 직면해 때론 현실과 타협하거나 체념하고, 때론 극복하는 그녀의 다양한 모습을 여러 배우의 연기와 노래, 합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뮤지컬을 봐야만 하는 이유이자, 많은 이들이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다. 우리는 ‘프리다'를 보며 자신을 투영해 볼 수도 있고, 그녀의 위대함에 경이로움을 느낄 수도 있다. ‘고통이 스토킹해도 두려워 말고 한 잔 가득 샴페인을 따르라!’는 가사가 담긴 그녀의 노래 ‘Lavida(인생)’는 관객 모두의 마음에 큰 울림을 주기도 한다. 뮤지컬이 다 그렇듯, ‘프리다' 삼연이 언제 돌아올지는 부지기수다. 다만, 많은 관객의 사랑으로 초연과 재연 사이의 공백이 짧았던 만큼, 삼연도 머지않아 돌아오지 않을까 짐작만 해볼 뿐이다. 멋진 장면들과 연기, 노래로 가득한 ‘프리다', 뮤지컬을 처음 보는 관객들이더라도 지루해하지 않고 볼 수 있는 115분의 짧은 러닝타임을 지닌 극이다. 이 기사로 결말이나 뮤지컬 자체가 궁금해진 학우들이 있다면, 언젠가 ‘프리다'가 돌아올 때,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러 한 번쯤 보러 가길 강력히 추천한다. 이 자체로 충분해 완벽한 극, 상대적으로 시간과 금액의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최고의 극을 꼽자면 단연 ‘프리다’ 뿐일 것이다. 이채윤 기자
제 726 호 [교수사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노력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으니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최근에는 쉽게 할 수 없게 되었다.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너무 많아진 세상 탓이다. 책 읽고 토론하는 수업 시간에 “우리나라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간다”와 관련한 말을 한 학생에게 설혹 그렇더라도 일본의 경기가 회복되는 것을 보면 희망을 가질 수도 있지 않겠냐고 하자 ‘그 잃어버린 20년 동안’이 바로 자신들이 생산 활동을 해야 하는 시기라고 하였다. 언제나 어느 시대나 장밋빛 인생이 마냥 기다리지는 않지만, 지금의 우리 학생들은 더 열악한 상황에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음을 직시한 순간이었다. 현실이 얼마나 팍팍한지를 알 수 있는 수치가 있다. 올 9월쯤에 여러 뉴스에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3년 하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를 보도하였다. 올해 대졸 신규채용 예상 경쟁률은 평균 81 대 1이라고 하였고, 작년에는 77 대 1이었다고 하였다. 학생들에게 어떤 준비를 해서 어떻게 취업하라고 해야 할지 대략 난감하다. 이렇게 현실이 팍팍하다. 그럼 어떡해야 할까? 현실이 팍팍하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 있을까? 팍팍한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팍팍한 세상이니 도전도 해 보지 않는 인생을 선택할 것인지, 팍팍한 세상이지만 원하는 목표를 세워서 도전하는 인생을 선택할 것인지를 자신에게 물어보았으면 한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자기 마음속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으면 한다. ‘나는 무엇을 왜 하고 싶은가?’를 생각하고 자신의 목표를 세워 보기를 권한다. 마음속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잘 관찰하고 살펴보라는 의미이다. 자신이 무엇을 하면서 살고 싶은지를 찾기 어려우면 학교에서 제공하는 진로 탐색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자신의 목표를 세웠으면 실천하기를 주저하지 말고 그 과정에서 작은 성취를 맛보았으면 한다. 목표는 멀리 내다보며 장기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그 일을 위해 나는 지금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겼으면 한다. 그러나 처음 부터 너무 큰 목표를 설정하면 실패의 가능성이 많아 쉽게 포기하게 된다. 눈앞의 목표를 작은 것으로 세우고, 그 하나를 성취하기 위한 노력을 해 보았으면 한다. 성공의 열매는 달다고 했던가, 달콤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실패를 연속으로 경험하다 보면 잘하는 사람도 자신의 능력에 대해 회의감이 생기고, 해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며 도전을 포기하게 된다. 그런데 작은 성취라도 이루어 성취감을 맛본 사람은 다음을 생각하고 또 도전할 수 있는 내적 힘을 얻게 된다. 그리고 누구나 언제든지 실패할 수 있다. 실패를 겪으면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서 다음으로 나아가야 하지만, 우선은 실패를 겪으며 생기는 좌절감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음이 힘들면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주변 사람들에게 힘들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위로를 받고 또 힘을 내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대학 학생상담센터에서 매년 하는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학생들은 어려운 문제를 친구나 어머니와 많이 상의한다고 한다. 누구와 상의하고 위로를 받는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누군가와 상의하고 위로받는 그 자체는 매우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터놓을 사람이 없다면 학교의 학생상담센터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말해 주고 싶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받으면서 나아가야 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가능성을 많이 보았다. 아니 나보다 세상을 더 잘 알고 현명하게 생각할 줄 아는 학생들을 보면서 그들이 잘해 나갈 것임을 믿게 되었다. 다만 학생들이 만만하지 않은 세상에 휘둘려 너무 많이 휘청대지 않고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 너무나 당연한 몇 가지를 제시해 보았다. 더 팍팍해진 삶 속에, 더 치열해진 경쟁 속에 던져진 우리 학생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을 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은 것이다. 응원한다는 말과 함께. 계당교양교욱원 전영옥 교수
제 725 호 [만평] 공부도 열심히 휴식도 적당히
[만평] 공부도 열심히 휴식도 적당히 김다엘 기자
제 725 호 [순간포착] ‘사랑해’ 한마디면 충분해
[순간포착] ‘사랑해’ 한마디면 충분해 거울은 사물의 상을 비추어 보는 용도의 광학 도구이다. 자기 전, 고운 피부를 위해 로션을 바르거나 아침에 일어나서 말끔히 세수를 하고 중요한 날에는 꽃단장을 하기 위해 거울을 주로 쓰곤 한다. 사실 그 이외의 용도는 그리 많지가 않을 뿐더러 잘 쓰지 않기 마련이다. 나를 가꾸기 위할 때가 아니고서는 사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는 겉모습을 가꾸기 위해 거울이라는 도구를 활용한다. 거울은 이중적인 면이 있다. 화장을 하고 예쁨이라는 요소를 얼굴에 덧씌운다는 장점이 있다면 집으로 돌아와서 화장을 지워내고 다시 본래의 민낯으로 돌아오고 평소의 내 얼굴, 성격, 알려주고 싶지 않은 내 안의 치부까지 전부 보이게 되는 단점도 있다. 이것이 거울이 가진 앞과 뒤가 다른 모습이며 양날의 검이다. 그래서 화장이 잘되면 거울을 볼 때 행복하지만 민낯으로 거울을 볼 때는 전자와 항상 같은 감정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러할 것이 사람은 당연히 외모를 중요하게 여기기 나름이고 겉모습에 집중하여 내면보다는 외면의 조건을 먼저 따지며 그 사람을 판단하기에 때로는 겉모습에 대한 사소한 말 한마디로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스트레스와 후유증이 생길 수도 있다. 거울로 인해 나의 단점이 드러나며 부각되는 것이 싫어 이를 피하고 감추기 위해 더 진하게 화장을 하고 본연의 모습을 숨기며 살아가게 되면 언젠가는 후의 나의 민낯이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도 있고 이에 극단적인 선택으로 갈 수도 있다. 그러니 나부터라도 나를 극복하고 이겨내어 사랑으로 감싸주어야 한다. 다른 이는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나를 사랑해야 한다. 나조차도 내 모습과 성격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고 아껴주는 법을 알면 자존감도 올라가게 되며 후에는 뜻하지 않은 주변 사람들도 분명히 나라는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해줄 것이다. 그리고 나를 사랑하리라는 믿어 의심치 않는 그 용기 하나만 있다면 더 이상의 두려움도 없게 될 것이다. 사람인지라 그 누구나 다 같을 수가 없고 성격, 얼굴, 가치관 등의 모든 것들이 다를 수밖에 없다. 각자의 매력과 재능이 있는 것이다. 누구 하나 같은 이 없고 전부 다르기에 특별함이 있는 것이고 다름으로써 소중한 것이며 그렇기에 더욱 사랑받고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다. 자신을 깎아내리고 무시하는 것은 보기에도 좋지 않고 그것만큼 무지해 보이는 것도 없다. 나에게 부족한 면과 잘하지 못하는 것이 있으면 나 자신을 극복하면 되는 것이고 내가 못나 보인다면 더 사랑해주면 되는 것이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그리 멋지지 않은 내 모습이더라도 ‘오늘도 멋지다’는 한마디 하면서 나를 사랑해줄 수 있는 학우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시원 기자
제 725 호 [영화로 세상 보기] 전쟁 속 생존의 이야기, 영화 <덩케르크>
[영화로 세상 보기] 전쟁 속 생존의 이야기, 영화 <덩케르크> ▲ 영화 덩케르크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때는 1940년,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시기. 당시 서부전선에서는 독일군의 강력한 공세에 의해 결국 프랑스가 점령당하고 만다. 미처 철수하지 못한 프랑스 주둔 영국군은 본국인 영국으로 철수하기 위해 유일하게 점령되지 않은 해안지대인 "덩케르크"를 거점으로 철수하는 역사적 사실인 ‘덩케르크 철수작전(Dunkirk evacuation, Operation Dynamo)”을 담은 영화이다. 영화는 총 3개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동시다발적인 사건을 다룬다. 육군 토미(핀 화이트헤드)가 덩케르크 해변에서 일주일 동안 고립되며 겪는 사건을 기준으로, 군인들의 귀환을 도울 민간 선박 모집에 자진해서 출항하는 도슨(마크 라이언스)의 하루, 상공에서 적군 폭격기를 격추하는 공군 파리어(톰 하디)의 한 시간이 교차한다. 영화는 바다 위, 민간 선박, 상공에서의 사건을 번갈아 보여주며 전쟁이 가지는 혼란스러움과 긴박함을 표현한다. 실제 역사에서의 덩케르크 철수작전은 연합군의 오판으로 인하여 일어난 굴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철수를 왜 하겠는가? 바로 전쟁 판도에서 불리해졌기 때문에 철수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전이 있었기에 영국군은 재정비할 시간을 벌 수 있었고 영국 국민들의 사기도 높아질 수 있었다. 오히려 이 작전이 실패했다면 영국군의 전사자가 실제 역사보다 2배로 늘어났을 것이고, 영국은 완전히 몰락했을 것이다. 전쟁에서의 후퇴란 일반적으로 굴욕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말했듯이 전투에서 패배하여 전쟁 판도에서 불리해졌기 때문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퇴는 전쟁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불가피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바로 병력의 불필요한 희생을 줄이고 보존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 있는 것은 살아야 한다는 ‘인간 생존에 대한 본능’이다. 그리고 사람을 구하는데 영화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대 전쟁영화라면 흔히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과 같은 처참한 스펙터클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덩케르크”에는 독일군이 등장하지 않을뿐더러 유혈이 낭자하는 잔혹한 전장 묘사 또한 없다. 전쟁 속에서의 동료를 위한 희생과 공동체를 위한 헌신을 강조할 뿐이다. 이 영화의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은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전쟁영화가 아니라고 말할 정도로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에 던져진 인간과 생존 욕구에 대한 처절한 심리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내밀하고 섬세하게 그린 심리극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에 대한 의지를 클로즈업한 반면 전쟁의 풍경은 가장 멀리서 망원경으로 바라보듯 조망한 것이 이 영화가 다른 전쟁 영화와 다른 지점이다. 전쟁보다는 전쟁 속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속에서도 인간성을 놓치지 않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보길 바란다. 장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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