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34 호 [만평] 뭐 입지
김다엘 부장기자
제 733 호 [개교기념 축사] 총장
학교 법인 상명학원 설립 87주년 및 상명대학교 개교 59주년 기념 축사 사랑하는 상명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올해로 우리 상명학원이 설립 87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학내 전 구성원과 졸업생 그리고 우리 학원과 직접·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모든 분과 함께 뜻깊은 날을 축하하고자 합니다. 변화하는 시대 환경 속에서 우리 학원도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오늘 하루는 편안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달려온 우리의 지난 노고를 서로 칭찬하며 서로 위로하는 따뜻한 시간을 보냈으면 합니다. 상명을 사랑하고 아껴주시는 여러분들과 함께 다시 한번 상명학원 설립 87주년을 축하합니다. 지금부터 87년 전 설립자께서 세검정 언덕 위에서 처음 교육의 뜻을 펼친 이후, 우리 학원은 대한민국을 이끌어 온 수많은 인재를 배출해 왔습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교양 있는 시민을 양성한다는 기본적인 목표에 충실하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어울리는 새로운 인재상을 창출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현재까지 우리는 자랑스러운 상명의 이름을 지켜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이런 노력을 가능하게 했던 동력은 학내외 구성원들이 보여준 상명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었습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인공지능이나 자동 시스템이 사람의 일을 대신하게 된 현실을 자주 발견하게 됩니다. 이런 현실이 기술이 모든 일을 해결해 줄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키는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세상일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사회는 복잡해지겠지만 상명에 대한 우리 구성원들의 관심과 애정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시련도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설립 기념일은 축하의 날임과 동시에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어제 하던 일을 오늘 그대로 반복한다면 내일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과거에 큰 성취를 이루었다고 그것이 내일의 성공을 보장해 주지는 않습니다. 또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현재의 교육환경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강요하는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우리의 역량에 맞는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미래의 발전을 위한 옳은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우리가 무엇을 해 왔는지를 돌아보는 한편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살피는 날이 되어야 합니다. 교직원은 수준 높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잠시 성찰하여 주십시오. 학생들은 자기를 어떻게 성장시킬지 고민해 주십시오. 졸업생들은 후배들과 모교에 더 큰 관심을 보여 주십시오. 그리고 무엇보다 구성원 모두 서로에게 좋은 동료가 되어 주십시오. 상명에 인연을 맺은 우리는 서로에게 모두 든든한 우군이 되어야 합니다. 내부가 견고하면 외부의 압력에 더욱 단단해지지만, 내부가 허약하면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서집니다. 구성원들이 현재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때 우리는 강해질 수 있습니다. 5월은 참으로 아름다운 달입니다. 4월에 힘겹게 터져 나온 신록은 5월을 맞아 절정의 아름다움을 맞이합니다. 여린 연두색도 어두운 진초록도 아닌 아름다운 초록빛을 뽐냅니다. 일제 강점기라는 엄혹한 시대에 피어나 전쟁과 개발 시대를 견딘 우리 학원은 지금 5월의 초록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5월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에 안주하고 말고 매일 새로워진다는 마음으로 전진해야 합니다. 이런 노력이 지속될 때 ‘진리’, ‘정의’, ‘사랑’이라는 창학 정신과 교육 이념이 아름답게 빛나는 자랑스러운 상명의 이름을 오랫동안 떨칠 수 있습니다. 올해 설립 기념일은 저를 비롯한 모든 상명 구성원이 재도약을 위한 각오를 새롭게 하는 그런 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그동안 우리 상명학원의 발전과 인재 양성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과 정성을 기울이신 상명가족 여러분, 그리고 동문회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학교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보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모두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며 축사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5월 16일 상명대학교 총장 홍성태
제 733 호 [개교기념 축사] 총동문회장
재학생 여러분 안녕하세요? 졸업을 한 지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해마다 5월이 되면 모교를 생각합니다. 아마도 개교기념일이 있어서 그런 듯합니다. 늘 이즈음 축제를 했고 신록이 우거진 캠퍼스 곳곳에 이목을 끄는 행사들이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팬데믹이 끝나고 비로소 북적거리게 된 모습을 보니 오래 전 그날들이 떠오릅니다. 특히 올해는 개교 59주년이라 더 의미가 각별합니다. 곧 60주년을 앞두고 있어서 이래저래 동문회에서도 미리 기획할 일들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제 동기들인 84학번은 1965년생이라 모교와 동갑내기인 셈입니다. 상명대학교의 60년이 우리들의 60년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긴 세월을 잘 겪어낸 상명의 59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최근 언론에서 자주 접하는 뉴스들을 보면 출산율 하락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대학 입학정원에 대한 감축으로 이어질 테고 대학 운영이 생존 경쟁을 하듯 치열해진 것도 현실입니다. 하지만 경쟁은 언제나 우리 옆에 딱 붙어서 있었습니다.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그리고 사회에 나가서 자기의 역할을 찾기 위해 끊임 없이 경쟁해 온 졸업생들의 모습을 봐도 변한 적이 없습니다. 경쟁으로부터 자유롭고 편한 시절은 없었고, 이는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또한 대학이 모든 것을 보장해 주지 않듯이 전공을 살려 사회에 나가 대기업에 줄을 지어 들어가는 것만이 꿈꿔야 할 미래는 아닌 듯 합니다. 세상이 얼마나 빠르고 눈부시게 변해 왔는지 제가 살아온 60년은 수세기 동안의 변화를 단 1세기 만에 모두 바꿔 놓았습니다. 예전에는 달나라를 가는 것이 세계 토픽이라면 지금은 우주로 관광을 떠나고 모바일폰으로 세상의 네트웍을 손 안에서 주무르고 있습니다. 지도를 보면서 운전을 하던 시절에서 내비게이션으로 온 세상을 어디든 다 찾아갈 수 있습니다. 팬데믹 때 대면활동이 줄어 들면서 발달한 키오스크 문화와 로봇이 서빙하는 식당의 확대, 종이 발권 없이 큐알코드로만 패스하는 곳곳의 현장들은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 한 오늘의 모습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달라질지, 그 흐름에 우리 상명인들도 한 몫을 단단히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학문으로 배우던 모든 것들이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면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학교에서 배우지 못 한 모든 일들이 눈 앞에 닥치면 적응 단계에서 놀라거나 낙오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후배님들께는 ‘준비’를 부탁해 봅니다. 어학(파파고로는 해결되지 않는)과 코딩, 엑셀, 포토샵등의 컴퓨터 다루는 법, 운전면허 등등 학교 다닐 때 미리 공부해 두면 더 좋을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1365 봉사 기록을 요구하는 회사들도 많습니다. 졸업이 다가왔을 때 입사지원서 양식을 보지 마시고 1, 2학년때부터 미리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온갖 항목이 다 있어 깜짝 놀라게 됩니다. 꾸준히 봉사하면서 얼마나 성실하게 살아 왔는지 살펴 보거나 개인 sns를 잘 운영하는지를 보기도 합니다(특히 네이버 같은 포털기업이나 마케팅 부서는 눈여겨봅니다.). 입사를 원하는 회사마다 체크리스트를 살펴 보시고 잘 ‘준비’해 놓길 바랍니다. 그런 후에 사회에 나오면 졸업 전 재학시절에 쌓은 모든 경험과 배움들이 유용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후배 여러분, 세계적 미래학자인 짐 데이터 교수는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한 가지 미래만을 계획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현명하지 못 한 도박이다. 어떤 미래가 펼쳐지든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내는 것이 당신의 의무이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꿈꾸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이렇듯 예측 불가능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인내와 열정으로 차근차근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해 나아가야 할 것 입니다. 저를 비롯한 10만 동문들이 상명 재학생 후배 여러분들을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있습니다. 2024년의 개교기념일을 맞아 함께 만들어 갈 상명의 밝은 미래를 그려 보며, 우리 총동문회의 캐치프레이즈로 인사를 마칩니다. “한마음 한뜻으로, 비상하라 상명이여!” 제28대 총동문회장 이정현
제 733 호 [교수칼럼] 좀비와 독서
좀비와 독서 시대마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괴물이 있다. 과학이 발달하지 못한 고대에는 귀신이나 악령, 괴수가 대표적인 괴물이었다. 근대가 되면 흡혈귀나 골렘, 하이드와 같이 인격을 가진 괴물이 등장한다. 그것들은 인간과 인간 아닌 것 사이의 경계에 존재하는 피조물들이었다. 21세기 들어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인상적인 괴물은 좀비이다. 좀비 영화의 원형으로 꼽히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 좀비는 무덤에서 살아난 시체들이었다. 좀비는 군중과 대중사회의 공포를 표현하는 괴물이다. 그들이 자주 나타나는 공간은 쇼핑센터나 광장, 대규모 술집이나 학교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좀비가 퍼지는 이유인 바이러스 감염이나 타액 전염 역시 대중사회의 접촉 공포와 연관된다. 그들은 웬만한 상처에는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짐승처럼 신음 소리를 내지만 말은 하지 못한다. 고통을 느끼는 감각과 언어중추가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좀비는 주체적으로 생각할 줄 모르고 오직 습관과 욕망에 따라 움직인다. 좀비는 미디어가 지배하는 정보사회의 인간을 상징하는 괴물이기도 하다. 정보와 지식의 양이 늘면서 인간은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누가 생산했는지 어떤 의도로 유통되는지 모르는 정보를 따라다닐 뿐 그 정보의 진위를 따지려 노력하지는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댓글을 달거나 남의 글 퍼 옮기는 쉬운 일에 익숙해져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일은 힘들어한다. 그들은 인터넷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접한다고 착각하지만, 대부분은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편향되고 제한된 콘텐츠를 소비할 뿐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상투적으로 반복하는 사람 역시 현실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좀비이다. 나치 전범 아이히만의 예루살렘 재판을 지켜본 정치학자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현대의 악은 자기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르고, 자기 언어로 말할 줄 모르고, 다른 사람의 마음에 공감할 줄 모르는 평범한 사람 안에 있다고 그녀는 주장한다. 그녀는 관료주의나 전체주의 사회 속에서 사는 인간은 쉽게 아이히만 같은 악인이 될 수 있고 말한다. 미디어가 지배하는 사회 속 인간 역시 마찬가지이다. 상투적인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질문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일상에서 우리는 “왜 그렇지? 과연 그런가? 가치 있는 일인가?”를 계속 물어야 한다. 그래야만 남들의 사고에 지배당하는 상투성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적절한 질문을 위해서는 정보와 지식을 종합해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질문한다는 것은 주체적으로 생각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록 질문의 답이 남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도 상투적인 생각과 주체적인 사고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제 긴 ‘빌드업(Build-up)’을 마치고 결론을 말할 때다. 상투적인 인간이 되지 않는 방법, 생각을 키우고 질문을 배우는 방법에는 독서만 한 것이 없다. 책을 읽지 않는 인간은 독서하는 인간에 비해 좀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빌 게이츠는 자신에게 하버드 졸업장보다 더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었다고 말한다. 독서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만나고 자기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를 주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수단도 독서이다. 이런 이해와 사고에 기초할 때 창의력과 상상력도 나온다. 자기의 생각을 완전한 문장으로 몇 분 이상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그는 틀림없이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일 것이다. 기계로 찍어낸 듯 비슷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 독서는 자기를 돋보이게 하는 ‘치트키’이다. 물론 어떤 책을 읽느냐도 중요하다. 좌절감만 주는 자기계발서나 부자들의 자서전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대학생이라면 실용서보다는 교양서를 읽는 것이 우선이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인문과학책, 사회를 분석한 사회과학책, 과학을 쉽게 풀어쓴 교양 과학책 그리고 문학책을 우선 읽는 것이 좋다. 비록 책상에 앉아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지만 독서는 매우 능동적인 활동이다. 의지가 필요한 노동이기도 하다. 정보사회에서 그저 그런 정보를 소비하는 좀비 같은 대중이 되고 싶지 않다면 당장 책을 들어야 한다. 성공을 위해서든 가치 있는 삶을 위해서든 우리에게 독서보다 더 좋은 친구는 없다.
제 732 호 [순간포착] 따뜻한 봄과 함께
따뜻한 봄과 함께 지난 주말에 동아리 부원들과 함께 서울숲을 다녀왔다. 벚꽃이 피고 맞는 첫 주말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서울숲에 방문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서울숲에서 가장 눈길을 끈 꽃은 튤립이었다. 이제 막 개화하기 시작해 만개한 튤립을 많이 보지 못해 조금은 아쉬웠지만, 오히려 조금이라도 피어있는 튤립을 발견할 때마다 행복감을 더욱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빨간색, 흰색, 노란색 등 알록달록한 튤립을 볼 수 있었는데, 문득 꽃말이 궁금해져 찾아보았다. 튤립은 색깔별로 꽃말이 다른데, 빨간색 튤립은 열정적인 사랑을, 분홍색 튤립은 애정과 배려를, 노란색 튤립은 짝사랑을, 주황색 튤립은 매력적인 사랑을, 보라색 튤립은 영원한 사랑을, 망고 튤립은 매혹적인 사랑을 의미한다고 한다. 서로 모여 피어있어 더욱 아름다운 튤립처럼 학우들도 소중한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튤립의 꽃말을 떠올리며 따뜻한 봄을 느껴보길 바란다. 정소영 편집장
제 732 호 [교수칼럼] 지금이 중요한 이유
지금이 중요한 이유 음식이 맛있기 위한 전제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신선한 재료가 우선 해야 한다는 점은 공통적으로 꼽는 항목이다. 바로 해서 먹는 음식도 제맛을 즐기는데 필수 요소이다. 음식을 하는 옆자리에 서서 하나씩 집어먹는 맛이 정찬에 차려진 음식보다 더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재료의 신선함과 적시에 먹는 음식의 맛이 조화를 이루면서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음식은 맛있는 음식과 건강한 음식으로 분류된다.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신 음식은 간결하고 깔끔하고 담백한 맛으로 두고두고 오래 기억에 남아있다. 어머니의 음식은 좋다는 재료는 다 넣어서 몸에 좋은 음식임을 강조하셨었다. 음식 본래의 맛보다는 건강식에 더 비중을 두어 같은 음식임에도 맛은 차이가 있었던 기억이 있다. 또 한 가지의 차이점은 할머니는 배고파하는 손주들을 위해 매우 빠르게 음식을 만들어 지체 없이 먹을 수 있게 해주는 마술을 보여주었다.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이 요리의 고수였음을 기억하게 한다. 손자병법의 작전(作戰)편에는 ‘교지불여졸속(巧遲不如拙速)이란 말이 나온다. 용병술과 관련한 용어인데, 풀어 보면 ‘뛰어나지만 늦는 사람’보다, ‘미흡해도 빠른 사람’이 더 낫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교지(巧遲)는 전쟁에서 교묘한 전략만 따지다가 때를 놓치는 것을 말하고, 졸속(拙速)은 전략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때를 놓치지 않고 속전속결 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에서 아무리 뛰어난 전략이더라도 공격의 시점을 놓치지 말아야 함을 일깨워 준다. 어느 의과대학의 지인 교수에게 들었던 구술시험 경험이다. 해당 학생에게 영아의 몸무게와 체온, 증상을 설명하면서 처방전을 작성하라고 했는데, 답변이 끝나기도 전에 바로 재시험을 통보했다. 영아 몸무게에 비해 과도한 약의 용량을 처방하였다는 것이다. 잠시 착오가 있었다는 학생의 변명이 있었지만, 영아는 이미 그 약을 먹고 사망했으므로 이번 시험은 안된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고 한다. 국가도 좋은 정책을 만들기 위한 고민과 수고가 많다. 해외에서 성공한 우수사례 등을 참고하고 반영하는 예도 쉽게 볼 수 있다. 좋다는 정책은 빠르게 수용하여 우리의 정책·제도는 세계적으로도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우리나라에 좋은 제도는 없는 것 없이 다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듣곤 한다. 그러나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되는가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정책 연구에서 정책의 적시성(타이밍)은 중요한 주제이다. 제아무리 잘 설계된 정책이라도 적시에 반영되지 못한다면 그 정책은 힘을 상실하게 된다. 또는 왜곡된 형태로 표류하면서 예산만 낭비하는 쓸모없는 정책으로 겉돌게 된다. 정책환경은 매 순간 변한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맞추어 주기보다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늘 기다리고 있다. 중요한 정책의 타이밍에는 대통령과 행정부의 의지, 국회의 협조가 중요하다. 정책은 타이밍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교해야 한다. 동전의 양면성이 있듯이 모든 정책도 양면성이 있다. 좋은 점이 많다고 해서 완벽할 수는 없다. 선진국에서 성공한 정책이라고 해서 우리에게서도 꼭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정책지표에 맞춰 평가는 우수하게 받지만 정작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못한 채 표류하는 정책이 무엇인지를 돌아볼 시기이다. 적시에 작동하여 국민이 요구하는 ‘맛과 건강’을 되찾아 주기 위한 정교한 정책의 설계와 작동, 실효성의 제고가 중요하다. 우리 학생들이 머물고 있는 대학의 시간은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하는 과정이다. 데이터가 폭증함에도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체감하게 된다. 그래서 미래의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마음과 생각의 폭을 넓혀야 함을 선인들은 강조한다. 주어진 시간을 놓치지 말고 잘 활용해서 멋진 미래가 그려질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제 732 호 [만평] 따뜻한 봄 날씨
제 732 호 [책으로 세상 읽기] 실존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들다, 책 <변신>
▲변신 책 표지 (출처: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899145) 주인공 그레고르는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하게 된다. 그는 집안의 가장에서 경제적 능력을 잃은 짐 덩어리로 전락한다. 사랑받는 아들, 오빠였던 그는 벌레가 된 후, 가족들로부터 점차 소외된다. 변신을 통해 보는 인간소외와 실존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는 눈을 뜨고 자신이 벌레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벌레라는 사실 자체에 충격을 받기보다는 지금 당장 출근할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하고 걱정한다. 자신의 존재를 경제적 기능으로 확인해 와서 벌레가 되었다는 사실보다 경제력을 잃었다는 점이 더욱 심각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경제력에서 찾는 것을 경계하게 한다. 한편, 변신은 벌레가 된 그레고르가 처한 상황과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가족들로부터 점차 외면받는다. 가족들은 그를 가족 구성원이 아닌 골칫거리로 여기며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는 슬픔에 빠지는 모습이 아니라 천장과 벽을 돌아다니며 벌레로서의 삶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장면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인간소외와 실존 문제를 드러낸다. 우선, 가족들이 그레고르를 가족이 아닌 벌레로 대하는 태도는 자본주의적 인간소외가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경제적 가치가 인간의 가치를 결정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면을 성찰하게 한다. 가족들로부터 외면받는 상황에 좌절하고 우울해하는 게 아니라 벌레로서의 삶에서 행복을 느끼는 장면은 쉬이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가 벌레로 변하기 전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그가 행복을 느끼는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벌레가 되기 전 그레고르는 가장으로서 경제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 바쁘게 일해왔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벌레가 되면서 자유를 얻고 행복을 느낀 것이다. 이는 인간의 본질을 상실하고 기계 부품처럼 노동하는 현대인들을 떠올리게 한다. 과거에 쓰인 글임에도 현대사회의 문제를 반성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프란츠 카프카의 문학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는 인간 존재에 관한 문제가 크게 두드러진 20세기 초에 활동했다. 그는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작품을 통해 인간소외 문제를 드러내고 이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는 동시에 실존에 대해 깊이 생각하도록 유도했다. 결론적으로 봤을 때, <변신>은 당시 사회에서 일어난 인간소외 현상을 반영하여 인간의 실존이란 무엇일지에 대해 스스로 묻는 기회를 제공하기에 전반적으로 가치 있는 작품으로 보인다. 현대사회에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이,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변신>을 통해 이러한 사회를 다시 한번 되돌아 봄으로써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시영 수습기자
제 731 호 [기자석] 식견을 넓히는 것
내가 3학년이 되면서 느낀 점은 더 이상 마음 편히 놀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항상 뉴스와 SNS에선 취업난과 인플레이션 문제로 가득하고 나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3학년으로 산지 아직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마음가짐이 생각보다 무겁게 다가왔다. 내 실력과 업계의 실력의 괴리가 조급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솔직히 아직도 막막하게 느껴진다. 새롭게 시작한 아르바이트도 실수투성이었다. 이런 느낌의 불확실함은 입시 이후로 다시 느끼는 것 같다. 그래도 아예 멈춰있는 것은 아니라 한편으로 안심이 된다. 수업에선 착실히 무언가를 해나가고 있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언가를 고민하기도 했다. 나를 바꾸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습관이 인생을 바꾼다. 이러한 말들은 지금까지 그저 그런 말들로만 느껴졌는데 지금 와서야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런 이치였다. 사실 난 아직도 나를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의식의 나를 무의식의 내가 인지하는 순간 다시 둘의 관계는 무의식이 의식이 되고 의식이 무의식이 된다. 그리고 그 끝은 제삼자의 관점으로 나를 보게 된다. 그러고 나면 내가 내 몸에 갇힌 무언가라는 생각이 든다. 영혼이라면 하나의 덩어리에서 왔을 것 같고 단순한 전기자극이라면 열심히 돌아가고 있는 기계 같다고 느낀다. 그렇기에 내가 나를 인식하는 순간은 별로 반가운 일은 아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그런 적이 꽤 많았는데, 학원에서 영어 단어를 외우고 있다가 갑자기 내가 삼인칭의 모습으로 연상되며 '내가 지금 여기서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며 갑자기 나는 무엇이고 왜 이 공간에서 어떤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며 나는 어디로 가기 때문에 이 생각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지를 아주 잠깐 머무르듯이 생각하다 이내 눈앞의 단어들을 보며 정신을 차리게 된다. 수업을 듣던 중에, 밥을 먹던 중에, 한창 TV프로그램을 보고 있을 때, 친구들과 놀다가, 청소를 하다가, 길을 걷다가... 등등 이렇게 보면 나는 항상 내가 무엇인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솔직히 인간이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내가 언젠가 이 고민의 답을 내릴 때,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꽤 궁금할 것 같다. 난 답을 내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세상엔 내가 설명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일이 더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점차 자라면서 사회성이 생기고 적당히 맞장구쳐주며 넘기는 능력이 생기며 더 이상 고민을 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모르는 게 많아서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나름 추론을 해봤던 것이었다. 이제 앞으로 경험은 전보다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더 빠르게 쌓일 것이다. 그만큼 노력하는 것도 당연해지고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도 당연해질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걱정하는 것은 전처럼 탐구자의 마음을 가지고 고민하지 않는 것이다. 세상에 능숙해 질 수록 기대하는 것이 사라질 것이고, 그만큼 호기심도 사그라질 것 같기 때문이다. 고3 이후로 머릿속에서 영상을 재생하듯 연속적으로 무작위의 아이디어가 나오는 일은 없어졌다. 상상력이 끝난 기분이었다. 이 아이디어 연상 능력만 믿고 디자인과에 왔는데, 재능을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그 뒤로 호기심도 사라졌다. 더 이상 무언가를 봐도 전처럼 영감이 머릿속에서 영화처럼 재생되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제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조금은 이해하기 쉬워졌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조금은 보이는 것 같았다. 어쩌면 디자이너로서 소통을 위해선 잘된 일이었다. 그리고 그 능력을 잃어버린 것은 아쉽긴 하나 역시 계속 매달릴 수는 없기에 난 차라리 더 많은 자료를, 정보를 보고 배워서 생각의 경계를 넓히고자 했다. 디자인을 지금까지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 같다. 이제 평생 디자이너의 마음으로 살면 될 일이다. 항상 노는 나와 공부하는 나를 분리해서 봤지만 더 이상 무용인 것을 알았다. 이미 그런 식으로 몇 년을 살아온 사람과 잠깐 디자이너로 빙의하듯 살아가는 사람은 경쟁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프로 의식이라는 것은 책임감도 책임감이지만 앞으로 나를 어떻게 성장시킬지 정하는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더 이상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로서 성장해 가려면 더욱 스스로를 타일러야 한다. 난 이런 마음가짐으로 평생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김다엘 기자
제 731 호 [만평] 오늘 저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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